본 논문은 북핵 문제와 동아시아 담론의 생산적 접점을 탐색하기 위한 시론이다. 1990년대 초 탈냉전의 국면으로 접어들자 한국지식계에서는 동아시아 담론이 부상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북한은 북중동맹이 이완되자 자위 차원에서 핵개발을 서둘렀다. 즉 동아시아 담론과 북핵 문제는 탈냉전과 한중수교라는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며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범위를 초과해 국제화되었다. 그럼에도 그간 동아시아 담론에서 북핵 문제는 전면적인 의제로 부각된 적이 없이 다양한 안보 이슈 중 하나로 나열되는 양상이었다. 북핵 문제는 단순한 무기 개발을 둘러싼 안보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형태의 상이성, 국가 간・국가관계 간 비대칭성, 탈냉전의 추세에도 불구한 동아시아 분단체제의 지속 등 동아시아적 조건과 상황을 집약해 표출하는 문제다. 따라서 동아시아 담론이 축적한 학술적 성과를 활용할 때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시야는 점증하는 북핵 위기를 현상추수적으로 따라가며 기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동아시아 담론 역시 북핵 문제를 한반도 문제와 결부시키고 그것을 동아시아의 과제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지역의 학술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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