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민요로 존재하던 아리랑이 경복궁 중건을 계기로 대중민요가 되어 전국적으로 유행되고, 영화 <아리랑>을 계기로 문화모태가 되어 문화적 진화를 하며 콘텐츠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아리랑>은 민족을 상징하는 사회성을 획득하고, 그 후 아리랑은 감성지향과 의식지향의 이원적 전개 축을 구축했다. 남한과 북한의 아리랑은 분단 이전 구축된 아리랑의 토양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북의 아리랑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남한 아리랑은 문화취향에 따라 민간주도의 전개를 보인 반면, 북한 아리랑은 당의 문예정책에 따라 공적 공급의 전개를 해왔다. 그 결과 남한과 북한의 아리랑은 문화공동성을 잃고 그 거리가 상당히 벌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이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서로 ‘하나’임을 재확인하는 이벤트는 꾸준히 지속해왔지만, 그렇다고 상호 아리랑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실효적 효과에 이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남북 간 아리랑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며 문화공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벤트 차원을 넘어서는 보다 본질적이며 실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남북의 아리랑 연구자와 문화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이질적 국면에 처한 남북 아리랑의 상호 접점을 모색하고, 아리랑의 문화공동성 회복을 위한 토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토대 위에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아리랑콘텐츠를 개발해 공급할 필요가 있다. 아리랑의 이질적 국면을 좁히고, 공유 국면을 점차 확장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아리랑의 문화공동성 제고는 일거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당장의 현안부터 해결하며, 이를 접점으로 공유국면을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가며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남북은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 사업을 현안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사업을 통해 남북 간에 아리랑 논의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아리랑의 문화공동성을 회복하는 작업으로 이어가야 한다. 아리랑이 단지 ‘하나’라는 점을 상징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이기 위한 일을 매개하는 존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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