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북한 사회의 이념적ㆍ도덕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가치 중 하나다. 이 논문은 북한에서 강요될 뿐 아니라 공유되는 ‘이상한 행복’의 기원을 1950년대로 소급하고, ‘사회주의 건설 투쟁에서의 행복’과 ‘사회주의 건설 이후의 행복’이 갈등ㆍ공존하는 가운데 점차 전자가 우세종이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한국전쟁기의 남북한 삐라를 비교하면서 ‘행복’의 관념과 정서가 선전전ㆍ심리전에서 사용된 양상을 살펴보고, 이어 1950년대 북한 문학에서 ‘행복’이 표제화된 소설(황건의 「행복」 등)과 소련 문학 번역작 중 ‘행복’을 표제로 삼은 소설(빠블렌꼬의 『행복』과 할렘스끼의 「행복」)을 대상으로 하여 ‘행복’의 (재)의미화 과정을 고찰했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상실ㆍ희생을 이념적으로 보상하고 서사적으로 의미화하는 데 있어 제2차 대전 배경 소련의 소설ㆍ영화가 중요한 참조점이 됐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북한에서 ‘2차 대전≒한국전쟁이라는 세계사적 의식’이 사회주의적 세계성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다는사실을 논했다. 아울러 ‘사회주의 건설 투쟁에서의 행복’과 ‘사회주의 건설 이후의 행복’을 각각부자 또는 형제 사이의 남성적 세대 갈등으로 서사화한 사례 및 ‘공적 행복’과 ‘사적 행복’을 젊은부부 사이 젠더 갈등의 모티프로 서사화한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1950년대에 북한에서 ‘행복’이다양한 해석적 긴장 속에 있었음을 조명하고, 마지막으로 석윤기 소설을 통해 1960년대 초ㆍ중반 한때 ‘행복’의 통합적 해석이 형성되는 듯했으나 뒤이은 체제 위기 속에서 그 성과가 계승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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