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수사적 리더십은 당시 정치적 상황의 산물인 동시에 국정의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이다. 비처의 표현에 따르면 현실의 반응으로서 생성된 말이 다시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염원이며 과제인 통일은 최고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의 수사학을 통해 현실적 과제로 지리매김하기도 하고 향후 실천해야 하는 지향점으로 설득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본 논문은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국내정책의 기조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언어를 통해 구현된 통일 수사학이 현실과 이상의 연장선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며 발전해 왔는지 비교 조명했다. 연구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관련 연설은 통일 경험을 공유한 독일 현지에서 이루어졌다는 배경적 공통점과 정권의 통일관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지만, 통일이라는 단어의 사용과 주변 연관 단어와의 관계 설정 및 배치, 청중의 상정 등에서 각기 다른 통일의 개념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우선 유사성 차원에서 두 연설문은 한반도에 두 체제가 공존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독일에서 통일 관련 연설을 하면서 북한과 주변국, 국민에게 각 대통령의 대북관, 통일관, 그리고 이에 따른 정책을 홍보하고 설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독일 현지 학생과 관계자를 직접 청중으로 삼고 있으나 암시된 청중은 그 범위를 뛰어넘어 사실상 북한과 북한지도자, 남한의 국민과 주변국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두 대통령 모두 통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수사적 상황 과 관련된 논의를 바탕으로 긴급성과 청중, 제한 요소 등을 각각 분석한 결과 지향하는 통일에 대한 양상은 각기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즉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문은 통일을 당면 과제로 상정하고 실질적이고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던 상황에서 이를 한 차원 더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정상 회담’을 북한에 제의하는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북한 당국을 주요 청중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과 주변국을 포괄적 청중으로 상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통일 대박’의 중요성과 필요를 알리고 통일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목적을 갖고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가 이전 어느 때보다 경색되어 있었던 시대적 상황, 통일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분석은 타당성을 가진다. 긴급성 분석에 따르면 “통일 대박”은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알리며 국내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선택된 단어로, 이를 통해 기존에 ‘당위’로 받아들여졌던 통일을 경제적 ‘필요’에 의한 통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에 관한 연설이 갖는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시공간적 차이에서 올 수도 있지만, 상대국과의 현재 관계를 반영하고 미래 관계를 창조하는 대통령의 수사적 리더십이 나타내는 장르적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대통령은 상황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수사를 창조하고, 그 수사를 통해 ‘수사적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들의 수사학에는 그런 말을 부른 당시의 상황과 청중의 특징, 리더십의 정체성이 녹아있다. 동일 주제를 둘러싼 각기 다른 상황의 연설을 통해 대통령 수사학에 나타난 우리 정부의 통일관은 현실적 통일과 당위적 통일의 연속선에서 상황에 따라 조정되고 타협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말이 현실을 만들어간다는 포스(Foss, 2009)의 지적처럼 대통령의 말, 특히 통일과 관련된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설문은 대통령의 대북관과 통일관을 추론하는데 유용하다. 그렇게 추론된 통일관은 다시 현실(reality)과의 거리감을 측정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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