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론과 관련된 논쟁에는 헌법 정신, 민족과 국가의 관계, 북한 인식 등에 대한 근본적 견해 차이는 물론 현 국제정세와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한 상이한 판단, 안보 위협 해소 방안에 대한 견해 차이 등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이 진보-보수 정치 지형을 가르는 현재 우리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단순 명확한 하나의 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반되는 두 입장들 모두가 동서독 기본조약의 경우를 각각의 방식으로 차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독은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민족 통일의 당위성과 헌법의 통일 명령을 존중하면서도 동독과의 평화공존을 위해 불가피한 두 국가 현실을 받아들였다. 두 국가론 논쟁이나 남북기본협정 체결 추진과 관련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불가피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나는 통일 명령에 관한 우리의 헌법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남북이 별개의 두 국가로 존재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헌법 정신도 두 국가 현실도 결코 외면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부터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과정은 이러한 상반되는 불가피성을 돌파해낸 당대 독일인들의 지혜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지혜는 이후 동서독의 장기적인 평화공존을 위한 초석이 되었다. 두 국가론을 둘러싼 소모적이고 정파적인 내부 논란보다는 모순적 분단 현실에 대한 공동의 인식 아래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한 실용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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