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학사에서 영예군인을 제외한다면,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서사의 전면에 등장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북한에서 신체는 사회주의 체제의 건강성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도구로, 혁명적인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재현이 일반적이다. 영예군인 서사에서 의수, 지팡이, 색안경과 같은 도구의 도움을 받는다는 서술이 나오더라도 간략하게 언급되는 정도에 그치며, 장애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이나 고통 자체는 사실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는 국가를 위한 희생과 충성의 증거, 사회적 명예로 치환되며 의도적으로 생략되거나 추상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북한 사회가 장애를 은폐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결함으로 여겨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선문학' 2025년 9호에 게재된 리진강의 단편소설 '우리 형제이야기'는 당 문학으로서 국가 정책의 선전이라는 책무에 구속되어 있으나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뇌성마비 장애인의 삶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게다가 2025년에는 지체장애와 청각장애 아동들이 등장하는 소설도 발표되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 당국의 장애인 정책을 선전하고, 장애를 가시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국제인권규범에 호응하여 북한이 장애 담론을 재구성하는 방식, 장애인 표상을 통해 북한이 구축하고자 하는 대내외 전략과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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