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어떤 범주에서 다룰 것인지를 제도적으로 확정한 정치적 분기점이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조직, 인사, 규약, 국가 발전 전략 전반을 재정비하면서도 남북관계를 별도의 정책 의제로 호출하지 않았다. 대신 국가 생존과 발전, 국방력 강화, 강국건설이라는 상위 국가 전략만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남북관계가 더 이상 독립된 정책 영역이 아니라 북한이 설정한 국가 전략의 틀 안에서 종속적으로 관리되는 ‘구조적 변수’로 재규정되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조국과 인민의 지위와 운명에서 근본적 전환”이 이루어진 계기로 규정하면서,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이루지 못할 꿈이 없는 신성한 체험”으로 공식화했다. 이러한 근본적 전환 선언은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안보 환경을 과거의 연장선이 아닌
새로운 국가 부흥의 틀 안에서 재정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당대회 전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협상이나 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국방력 강화라는 최중대 국사의 하위 범주로 재배치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남북관계가 더는 별도의 노선을 설정해야 하는 정책 영역이 아니라 이미 방향이 정리된 전제 조건으로 작동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본 보고서는 제9차 당대회를 남북관계 정책의 단순한 공백기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성격이 비가역적 방향으로 전환되는 제도적 정착 국면으로 규정한다. 본 보고서에서 말하는 ‘비가역성’이란 특정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담론·조직·규약·의제 설정 전반에서 남북관계의 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되어, 향후 정세가 변화돼도 이전의 정책 틀로 복원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당대회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책적 선택지를 안보와 억제 논리에 명확히 종속시켰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향후 정세 변화에도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적대적 국가 관계’의 구조적 틀 속에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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