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북한의 주민-전력 연결망은 국가전력망·인민반 중심의 단순한 방사형에서, 비공식 노드·개인 중심의 복잡한 그물망형태로 재구조화 되었다. 개인은 ‘전력망’ 블랙박스를 해석·재구성하는 주체로서, 그 실천 양상은 지역·개인 특성·시기 등에 따라 다양하다. 인간(주민)과 비인간(변압기, 배터리, 태양광 패널, 전선 등)의 혼종적 결합체들은 그간 당국이 독점하였던 승압·축전·발전능력을 일부 취득하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배제·갈등·빈부격차가 등장하지만, “사회주의 도덕” 또한 잔존하는 이질적 모습이 포착된다. 일련의 기술-사회적 변화는 북한당국이 설정한 차등적 통치(정치)-전력(물질) 프로그램의 양태 속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완전히 구속되어 있지도 않다. 국가공급망의 “세포”, 곧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회·전유·파편화는 오늘날 북한이라는 국가/사회/생활세계가 물질을 통해 구성되는 한 측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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