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의 목적은, 문재인 신정부가 천명한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구현함에 있어서 러시아라는 지정학적 팩터가 어떤 ‘기회의 창’을 제공하는지를 파악하는 가운데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대 반전 속에서 동북아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인 러시아를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유용한 협력 세력으로 유도하는데 요구되는 대러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주요 이슈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기조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방식과 많은 점에서 일치한다. 이를테면 ‘남북한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은 위축된 한국 외교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고양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현 정부의 대외정치적 지향성, 특히 ‘한반도 운전자론’에 힘을 실어준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CVID 방식의 북핵 폐기와 단계별 동시이행 로드맵에 입각한 ‘포괄적 일괄타결 원칙’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접근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또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창설을 대외정책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바, 북핵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다자안보레짐으로 이어가려는 러시아의 정책목표도 한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한다. 이렇게 볼 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러시아가 정책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자명하고, 러시아를 활용해야 한다는 유인(誘引)은 강력하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정세 주도권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심화하는, 즉 ‘용러’(用露)하는 외교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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