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해방전쟁기 월남 시인들의 삶과 문학을 통하여 전쟁과 이데올로기가 이들의 삶과 시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대상으로 남과 북 양쪽의 이데올로기를 모두 겪은 시인으로서 박남수와 양명문의 경우를 중점으로 살펴보았다. 이 문제는 북에서는 ‘당의 문학’의 수용, 남에서는 ‘반공이데올로기’의 수용이라는 그 내밀하고도 민감한 문제에 접근하는 일이기도 하다. 월남 시인으로서 박남수와 양명문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둘 다 평안도 출신으로서 북한에서 이미 시인이었고, 북의 체재를 옹호하는 시를 발표했다는 점. 둘째, 월남시인으로서 남한 사회에서의 이들의 삶의 양태가 극단적이라는 점. 셋째, 전쟁기 양명문이 <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 등 ‘애국적’ 행위에 적극적인 반면, 박남수는 그에 비해 소극적이었다는 점, 넷째, 월남 이후, 둘 다 ‘순수시’를 지향했다는 점 등에서 이들은 서로 만나고 갈라진다. 두 시인 모두 남과 북 양쪽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남쪽에서의 대응 방식은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방전쟁기 이들이 보여준 시와 삶의 태도는 초기와 후기 사이에 끼인 지극히 이례적이고 일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시들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다. 그러나 통일 이후의 온전한 문학사를 위해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문학을 위해서 이제는 지난날의 문학에 대해 현상 그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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