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냉전기간 동안 상대적인 평화를 유지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전쟁과 대만해협분쟁 베트남전 등의 열전과 군사적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글은 이렇게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지역냉전이 다르게 전개된 원인과 역사적 발전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역사제도주의의 사전조건, 균열구조, 결정적 국면, 초기 포섭양식, 유산의 지속과 차별적 대응이라는 개념적 분석틀을 적용했다. 분석결과 먼저 유럽과 동아시아는 냉전의 사전조건부터 달랐다. 유럽에선 오랜 기간 국민국가 체제가 자리잡은 상태에서 독일문제를 다자주의적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동아시아는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독립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큰 당면 과제였다. 둘째, 유럽과 동아시아는 냉전 균열구조의 형성과 결정적 국면의 양상이 달랐다. 유럽의 냉전과 분단은 1949년부터 1955년경까지 느리고 약하게 진행되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1948년에 분단정부가 수립되고 1950년엔 지역차원의 전면전인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유럽은 미소 냉전 균열구조에 다자주의적 포섭이 이루어졌지만, 동아시아에선 선별적, 차별적, 순차적 포섭이 이루어졌다. 셋째, 냉전이 제도화된 이후 발생한 위기의 성격과 그에 대한 대응방식이 달랐다. 유럽에선 베를린 위기, 쿠바위기 등이 발생하자 과도한 양극화에 대한 반발로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한 데탕트가 출현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선 사회주의 진영의 균열이 발생하여 1960년대 중소분쟁 이후 중국의 핵개발이 진행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1965년부터 베트남전이 발발했다. 중국의 부상과 연이은 전쟁으로 미소 양극구조가 변화했고, 미·소화해, 미·중화해가 이어졌다. 하지만 남북한은 초기포섭의 양상대로 상호적대와 동맹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었다. 그 결과 동아시아에선 일본식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 속에서 발전하거나 중국처럼 독자노선을 걸으며 핵억제력을 갖추고 점진적 개혁을 이루는 방식이 양극화되어 나타났다. 결국 유럽의 다자주의적 포섭이후 발전된 지역통합과 달리 동아시아는 선별적 포섭이후 양극화된 국제질서가 등장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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