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주의의 후과와 외세로 형성된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일종의 난해한 텍스트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것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데는 엄청난 공력이 필요할 것이다. 숱한 외적(=열강들의 개입), 내적 (=국내정치 및 남북한 관계) 변수뿐만 아니라, 분단체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성과 감정을 훼손하는 체제의 권능 자체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석자 자신의 마음까지 분석대상으로 삼을 필요도 발생한다. 체제의 작동에 대한 사실 인식도 지난한 과제지만 해석자의 시각이 왜곡될 위험성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어려움 때문에 분단체제라는 텍스트를 파악하여 대안적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총체적 인문학’이 더욱 절실해진다. 본 논문의 목적은 현재 한국의 대학들이 당면한 신자유주의적 상황과 비판적 영문학 연구의 잠재성을 역사적 시각으로 살펴보고 원불교의 삼학(三學)과 진행사조(進行四條)에 비추어 서구 교양 개념을 다시 생각해봄으로써 분단체제 극복의 학문적 조건들의 윤곽을 밝히는 데 있다. 그러한 밝힘의 과정을 통해 본 논문은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 제도와 그같은 제도 속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의 내면 모두를 총체적으로 성찰하는 인문학이 대학 안팎에서 활발해져야만 분단체제 극복의 학문적 조건들도 무르익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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