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래 38선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유형의 분쟁들과 그에 따른 사후 조치들은 남북 분단이 고착화돼가는 과정을 선명히 보여준다. 38선 획정 이후의 미소 간 남북 간 갈등 고조와 무력 충돌의 격화, 체제 보위에 요구된 방위체계 정비와 동원체제의 확립, 반체제행위 범주의 확장을 통한 각종 방어기제 확립 등은 남북의 지리적 분단이 점차 이질적 체제의 형성으로 발전해 갔음을 드러낸다. 38선 접경지역은 북한이 주목한 민간인 동원정책의 구체적 양상과 동원체제의 형성 메커니즘을 선명히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 남북 간 군사 충돌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접경지역민들은 역설적이게도 여느 지역보다 강도 높은 인적․물적 동원에 시달렸다.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았을 만큼 민간의 여론은 좋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민간의 불평불만을 잠재우고 일상적․항구적 동원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까? 필자의 관심은 북한이 고민한 이 과제가 과연 어떤 방법을 통해 해결되었는지 밝히는데 있다. 접경지역 동원체제의 확립은 지역민들의 체제 내 통합과 방위력 유지에 요구된 핵심 과제였다. 접경지역 동원체제의 형성과정과 작동방식을 추적하고 있는 이 연구는 동원의 주요 대상, 동원 이데올로기, 동원을 합리화한 가치체계 등에 주목하였다. 이 연구는 38선 접경지역 동원체제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한편, 그것이 북한의 일반적 동원체제와 비교해 어떠한 유사성과 차이점을 보이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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