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816년, 근대 민족국가 성립 이래로 반복된 분쟁이 유지되고 있는 국가 간 숙적관계의 종식과 평화정착에 관한 관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한반도 당사자인 남북한 주민들의 문제이자 미래세대가 직면할 중대 과제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에 살면서도 상대 체제와의 반복된 분쟁이 한반도 내 정치화되고 고착화되어 가는 모습은 두 개의 한국이 상정하는 통일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숙적관계 개념과 이 개념을 한반도에 적용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국내 선행 연구를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숙적관계 연구자인 Thompson 과 Diehl & Goertz 의 개발 모델인 MID(Militarized Interstate Dispute) 모델과 사회심리적 과정 모델에 착안하여 연구의 무대를 남북한 숙적관계로 옮겨오기에 적합한지를 검토하였다. 분쟁 국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군사 간 분쟁(MID)만으로 숙적관계를 분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최고지도자의 심리적 요인인 ‘적’ 인지도의 변화를 군사분쟁 발생과 숙적관계 고착화에 주요한 변수로 상정될 수 있다. 그리고 남한의 통수권자의 대적관 변화에 따라 숙적관계의 상대방인 북한의 반응이 동일 기간 어떻게 표면화되는지 무력도발의 빈도도 검토될 수 있다. 최고지도자의 대적관은 1967년부터 남한에서 공식 발행 중에 있는 국방백서의 ‘적’ 개념을 통해서도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국가 간 혹은 체제 간 숙적 관계는 자동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이 아니며, 양측의 국군통수권자인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성향과 심리적 차원의 대적관이 정책입안으로 연결되었을 때, 상호 숙적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숙적관계의 종식은 통합과 통일에 앞서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장기화된 분쟁은 작은 충격만으로 해결되기 힘들며 그 평면적 혹은 대립적 구도가 갖는 관성이라는 것은 큰 충격을 수반하여 종식될 위험성도 내포한다. 두 가지 모델은 한반도 상황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를 토대로 향후 남북한 숙적 관계를 진단하는 이론적 틀에 관한 다층적·다면적 차원의 후속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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