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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봉쇄된 목소리와 회수되는 여성의 자기서사 -다큐멘터리 영화 <HARUKO>를 중심으로-

Blockade voice and the recovered woman’s self story -for the documentary film <HARU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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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병식
소속 및 직함 동국대학교
발행기관 한국학연구소
학술지 한국학연구
권호사항 (43)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37-58
발행 시기 2016년
키워드 #재일조선인 여성   #봉쇄된 목소리   #이동성   #하루코   #징용   #허병식
조회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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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재일조선인 1세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 필름 <HARUKO>에서 아들 김성학은 자신이 징용으로 일본에 왔다고 말하는 어머니에 대해서, 법률이 생기기 전에는 징용이라는 것이 없었고, 따라서 어머니 정병춘은 자발적으로 일본에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역사에 남아 있는 공식기억과 법률이라는 증거에 기반하여 어머니 정병춘이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재일 1세들의 경험이 가로새겨진 여러 가지 맥락들에 주의를 기울여 그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는 것이다. 국가의 공식기억 앞에서 침묵당한 서발턴으로서 재일 1세의 기억을 복원하고 그들을 포스트식민적 주체로 호명하고자 하는 기획이 이러한 목소리에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병춘/가나모토 하루코라는 여성을 바라보고 그녀를 주체로 호명하고자 하는 시각이 놓여진 그늘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은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영화의 초반부에 어머니의 삶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지켜야 할 것은 법률보다는 가족. 어머니의 체포 이력은 37회에 이른다.”라고 이야기했던 아들(카메라)의 나레이션과 앞서 살핀 “법률이 없던 시대에 징병이 있느냐”고 묻는 아들의 비판은 묘하게 길항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힘겹게 생계를 이어왔던 어머니의 삶에 대한 헌사가 이 영화의 주요 서사이다. 김성학은 법을 지키는 것보다 그것을 위반하면서까지 가족을 위한 삶을 이어갔던 어머니의 삶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록하는 카메라맨의 위치를 고수했지만, 어머니의 삶에 대한 기억과 감사를 표하는 영화의 이야기는 그가 경찰서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기억과 법률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다큐멘터리 <어머니! 찢겨진 재일가족>이 <HARUKO>로 전화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조되는 것이 어머니 삶의 보편성이라면, 그 보편성의 감동 안에서 소거되는 것은 찢겨진 가족들의 삶과 그 역사적 문맥일 것이다. 가부장적 아버지의 고집으로 인해 제주도에 남겨진 큰 딸, 어머니의 신산한 삶과 동행하며 그로부터 발생한 어머니의 폭력으로 인해 가족의 품을 떠난 둘째 딸, 그리고 귀국 사업으로 인해 북한으로 떠난 셋째 딸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스무 명의 손자와 손녀들에 둘러싸여 행복해 하고 손녀의 결혼식에서 그 행복을 확인하는 어머니의 숭고한 모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는 재일조선인의 삶의 이야기를 어느 한 지점으로 회수하고 싶어하는 카메라의 시점이 예비하고 있던 결과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