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과 『리조실록』은 남한과 북한에서 동일한 텍스트를 각각 번역한 거질의 역사문헌이다. 본고에서는 『현종실록』의 사례를 중심으로 남북한 실록 번역의 원칙을 확인하고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문장과 어휘의 번역 사례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내고자 한다. 번역의 가장 큰 원칙은 남한과 북한 모두 실록의 원래 형태를 유지했다는 점으로, ‘수정실록’이나 ‘개수실록’도 별도의 실록으로 인식하여 원형대로 번역하였다.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번역 사례를 추출하고, 이를 어휘와 문장, 전문 어휘, 주석, 오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번역문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한자와 한자어의 사용이다. 남한 번역은 국한문 혼용을 원칙으로 고유명사, 역사 어휘 등에 한자를 병기하고 한자어도 빈번히 사용하였다. 반면 북한은 쉬운 말로 번역한다는 원칙 아래 고유명사 등에도 한자 병기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역사 어휘 등도 가능한 쉽게 풀어 썼다. 이로 인해 남한 번역은 직역에 가깝고, 역사 어휘 등을 그대로 사용하여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북한의 번역은 모든 어휘를 가급적 풀어 쓰다 보니 원의와는 거리가 생기거나 동일한 어휘라도 의미가 달리 사용되는 경우가 고려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러한 원칙은 주석에도 영향을 미쳐 남한이 고사 위주의 역주를 각주로 달고, 간략한 어휘 설명은 간주로 처리한 데 비해 북한은 주석을 전혀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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