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조선족은 한민족 혈통에 중국 국적을 가진 경계인으로 그들의 삶에 대한 기억을 형상화한 문학도 그 범주가 불명확하다. 그러할수록 조선족 학자들은 조선족 문학의 특징을 발굴하여 중국 내외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였다. 본고 또한 이와 같은 의지의 표출로 중국조선족의 서사문학, 그 중에서도 그동안 개별 문학 연구 영역으로 다뤄지지 못하였던 조선족 영웅 서사의 특징에 주목하였다. 본고에서는 중국신시기(新時期)에 집중적으로 정리되고 창작되어 활자화된 영웅 서사 중 집단적 이념의 실현을 위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영웅의 행적을 서사화한 조선족소설과 연변 지역의 설화를 주요 텍스트로 선정하였다. 살펴본 데 의하면 조선족 영웅 서사는 중국 17년(1949-1966) 문학 시기를 비롯한 1950~60년대 북한 문학, 한국에서 전래된 실존 영웅 서사에서 표출된 영웅인물의 이상화 특징보다 중국 80년대 중·후반의 영웅 서사적 특징을 더 많이 보여주었다. 그 중 항일설화, 지명설화에 녹아든 영웅 서사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의 이상화와 획일화된 서사구조 및 상세한 묘사적 서술로 인해 고리타분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장편으로 된 한국 전래 설화와 역사 소설로 구성된 영웅 서사는 영웅의 범인화·전기화와 함께 조선족의 역사, 풍속, 인정세태 등에 대한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켜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문체에서도 다양성을 보였다. 한편 조선족 영웅 서사를 통해 형성된 한민족의 집단적 기억과 조선족의 역사적 기억은 조선족 공동체 내에서 잘 전승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의식을 비롯한 민족문화의 전승은 학교와 가정교육, 사회교육,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한국 문화가 대량 유입되면서 조선족 청소년들은 대체로 ‘중국화’, ‘한국화’ 또는 ‘서구화’로 나아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조선족 문화를 전승, 발전시키기 위한 조선족 공동체의 과감한 추진력과 각 지역 간의 소통이 결핍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기억을불러일으키는 서사가 부단히 재구성되고 담론화되지 못한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조선족 특유의 서사의 재구성을 통한 그들만의 역사적 기억의 연속이 전제되어야 한민족 문학도 참된 의미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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