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후기인 1970∼1980년대 유럽에서는 소련의 SS-20, 미국의 그리폰 순항미사일과 퍼싱-2 탄도미사일로 대표되는 중거리 핵전력(INF) 배치 경쟁으로 정치·군사적인 대립이 고조된 바 있었다. 이는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 사이의 핵전력 평형으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이 약화, 위축된 상황에서, 서유럽 국가들이 소련의 일방적인 군사력 우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배경으로 했다. NATO의 이중결정에 따른 미국 INF의 서유럽 배치는 소련에 대한 유럽에서의 핵전력 균형을 회복하고, 소련과의 핵 군비통제 협상에서 외교·군사적인 주도권을 제공하였으며, 마침내 미소 양국의 INF 폐기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북한의 핵무장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 내부에서는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미군 핵무기의 재배치 등을 통한 대응적 핵무장을 요구하는 주장이 강화되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1970∼1980년대 유럽의 INF 배치 경쟁 사례가 대응적 핵무장, 특히 미군 핵무기 재배치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외견상의 유사성과는 달리, 1970∼1980년대의 유럽의 INF 배치 경쟁은 현재의 한반도 안보환경과 많은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미군 핵무기의 재배치를 비롯한 대응적 핵무장의 근거로 주장하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한국은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의지를 유지하는 이상, 독자적인 방위력의 발전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포기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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