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제3땅굴편 똘이장군>과 <간첩 잡는 똘이장군>을 중심으로, 1970년대 말 한국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환경 하에 어떠한 매체적 방식으로 ‘북한(인)’을 묘사함으로써 반공의 이념을 반영하였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1978년부터 1979년까지 1, 2편으로 제작된 <제3땅굴편 똘이장군>과 <간첩 잡는 똘이장군>은 최초의 극장용 반공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전통적 소재로 출발하여 미래 세계와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로봇 이미지와 태권도 동작을 선보이던 당시 유행작들과는 다소 다른 지점에서 기획, 제작되었다. <제3땅굴편 똘이장군>은 제작 당시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북한의 남침용 땅굴을 핵심적 모티브로 삼았고, <간첩 잡는 똘이장군>은 1970년 강화도 교동도에 침투한 간첩을 어린이들의 기지로 소탕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그렇기에, 전편(前篇)은 금강산 주변의 북한 땅을, 후자는 남한 영토인 강화도 교동도와 수도 서울을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한다. 두 작품에는 인간과 동물이 등장하는데, ‘붉은 도당’으로 표현되는 당과 군의 간부는 여우로, 그 밑의 졸개(병사 또는 간첩)는 늑대로 나온다. 그러나 전편에서 김일성을 상징하는 ‘붉은 수령’이 돼지로 나오는 데 반해, 후편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며 여우와 늑대 역시 간첩의 성격에 맞게 평시에는 각각 성인 여자와 남자로 나온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북한 공산당의 실정(失政)과 남파 간첩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때로는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다. 그러면서 동시기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고 간첩에 대한 경계심을 유발하여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증오를 고양시킨다. 이는 동시기 한국 정부의 반공(문화) 정책 및 한국 사회에 유포되던 북한(인)에 대한 이미지와 반공적 국가 교육 기조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에 따라 작품의 주제는 강화되는 반면, 사건의 개연성과 이야기의 논리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 애니메이션은 다수의 관객을 동원하였고 후속작으로도 제작이 계속되었다. 아울러 이후 반공 애니메이션 제작을 견인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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