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감당할 포괄적인 역량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 통일역량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같이 계량화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정치력이나 사회통합능력처럼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킬 역량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견인해 내는 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스마트 파워이다. 이 글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사회이론을 참조하여 통일역량의 세 요소를 검토했다. 첫째는 전략적 결정을 주도하는 정치적 리더십, 둘째로 사회구성원의 동의를 창출하는 민주적 소통역량, 셋째로 정당성 확보를 위한 법제화 능력이 그것이다. 독일통일이 평화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과정도 이 세 요소를 중심으로 설명가능하다. 즉 헬무트 콜 수상이 주도한 정치적 판단과 효율적 정책결정, 다양한 주장을 용인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인 민주적 시민사회, 그리고 급격한 변혁의 흐름을 헌법과 법률의 틀로 제도화할 수 있었던 역량이 독일통일을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들이다. 한반도의 통일준비를 위해서도 세 역량을 구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역사적 흐름과 남북한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면서도 미래의 가치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적 리더십, 갈등과 이견이 건강하게 소통되고 토론됨으로써 통합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민주적 사회역량, 그리고 법적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 정책과 실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제도화능력을 준비하는 것은 통일이라는 근본적 현상변경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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