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시기에 북한에서는 서정시 못지않게 서사시가 많이 창작되었고, 서사시의 문학사적 위상 또한 높다. 과거의 역사적 순간과 결부된 형식인 서사시 장르가 오늘날 북한사회에서는 왜 부활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북한 서사시 작품과 북한 사회구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주체사상 시기 북한의 서사시 가운데 ‘사회주의건설주제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 서사시가 북한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밝혀보았다. 그 결과 주체사상 시기에 창작된 북한의 ‘사회주의건설주제’ 서사시의 특징으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도출하였다. 첫째,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의 재구성을 통하여 북한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배경화하는 것이다. 둘째, ‘김일성 수령’이 세계를 지배하는 신성(神性) 즉 선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 위대한 수령과 위대한 당이 있어 조국은 위대하다는 것이며, 이를 증명해주는 구체적인 예시가 북한 ‘사회주의건설주제’의 서사시이다. 셋째, 모순과 갈등을 넘어서서 가치를 성취하는 결말구조를 보인다. 북한사회는 스스로가 완결된 사회임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사회의 내적 산물인 모순과 갈등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넷째, 서사적 주체가 현실의 재구성을 통하여 객관적인 삶을 지배하려는 주관적인 행위를 보이는데, 이는 총체성이 결여된 서사시 형식의 특징적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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