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탈북 사건 보도에서 드러나고 있는 언론의 사실 보도와 취재 대상 보호 간의 복합적 관계를 전통적인 저널리즘 윤리학의 관점이 아니라, 행위자-네트워크(Actor-Network)의 구축 및 변형 과정이라는 보다 역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탈북 루트라는 특수한 행위자-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언론 보도에 의해 이것이 변형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면서, 분단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지속된 과정 안에서 남한 언론이라는 행위자가 부여받고 있는 역할은 어떠한 것인지, 이를 통해 언론이 어떻게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주권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자 했다. 연구를 통해, 우선 남한 언론이 북한이라는 취재 대상을 대하는 독특한 방식이 북한 관련 보도의 행위자-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잘 작동하는 블랙박스로 결절(punctualization)된 북한 관련 보도의 행위자-네트워크는 다시 카메라라고 하는 부동의 동체(immutable mobiles)를 동원시키며, 기존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던 탈북루트의 행위자-네트워크에 이것이 또 다른 행위자로 개입함에 따라, 탈북루트 네트워크의 급속한 붕괴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다시 말해 카메라의 시선 권력이 중심적 행위자로 구축된 남한 언론이라는 블랙박스가 탈북 사건에 개입하면서, 애초에 의도했던 북한 인권 보호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탈북 사건의 보도라는, 말하자면 한 주권에서 벗어나게 된 생명에 대한 다른 주권의 언론 보도라는 특수한 형태의 취재 보도 과정이, 저널리스트 개인의 선한 의도가 발휘될 여지가 별로 없는 매우 복합적인 행위자-네트워크의 구축 및 변형 과정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