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영화는 프로파간다적 성격을 빼놓고는 논하기 어려우며, 더구나 명확한 적을 상정하고 아군의 사기를 진작시킴으로써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전쟁영화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일반적인 전쟁영화들에서 논의될 수 있는 교양적이고 오락적인 측면들은 북한영화 연구에서는 쉽게 간과되거나 부차적으로 취급되곤 한다. 이 글은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남한 전쟁영화와 북한 전쟁영화와의 비교를 통해 추출한 북한 전쟁영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입장에서는 패배의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북한이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패배의 기억을 승리의 기억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인민의 역사 기억과 각성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이 영화들은 인천이라는 잃어버린 공간과 풍경에 대한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전쟁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며 끊임없이 전쟁의 의미를 학습시키고 있다. 곧 전쟁의 비장미를 숭고미로 승화시켜, 전쟁을 비극이 아닌 영웅적 행위로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이 영화들은 적은 미국이지 남한이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 이는 종래의 스탈린주의적 민족관에서 벗어나 향후 남한을 한 민족으로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과도기적 성격을 보여준다. 넷째, 이 영화들은 드라마적 감동 뿐만 아니라 스펙터클한 공중전과 액션장면, 거기에 뮤지컬적 요소 등을 선사함으로써 오락적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이는 인민성의 강조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민성은 대중성과 인민다움이 합해진 개념으로서, 인민성의 강조는 북한영화에서도 대중성과 오락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오락성이 극대화된 하나의 예로서 북한 전쟁영화는 북한을 보편성에 입각하여 이해하는 데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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