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회주의 독재국가에서 독재자 사망이 권력투쟁을 초래했던 것과 달리 북한의 경우에는 독재자 사망에 의한 두 차례의 권력승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또한 그러한 안정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논문에서는 베버가 제시한 ‘지배의 정당성’ 이론을 적용하여 그 권력승계의 안정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베버 이론을 적용하면 지배자가 제시하는 정당성 주장과 피지배자(엘리트)들이 갖는 정당성 믿음이 일치할 때 권력승계가 안정적이라는 가설을 도출할 수 있다. 이를 북한 권력승계 과정에 적용하면, 우선 김일성의 경우 정당성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자주성’이데올로그로서의 카리스마와 당시 엘리트들의 역사적 경험이 일치하였다고 분석할 수 있다. 김정일의 경우 아버지의 카리스마를 혈통을 통해 승계했다는 정당성 주장과 이미 김일성 시대에 계층화 및 세습화된 북한 엘리트들의 전통화에 대한 믿음이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경우 아버지에 비해 ‘카리스마’보다는 ‘세습’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정당성 주장은 1990년대 경제위기 중 전통화가 더욱 심화된 상황에서 엘리트들의 정당성 믿음과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북한 권력의 혈통 승계는 향후로도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정당성이 혈통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에서 한계도 갖는다고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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