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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교양’되는 북조선 - 1940년대 후반 북한소설 「개벽」, 「로동일가」, 「소낙비」에 투영된 근대성 이미지를 중심으로 -

Cultivating North Korea : The Image of Modernity Reflected in the North Korean Short Stories published in late 1940s, Gebeok(Opening to the New World), Nodongilga(A Laborer's Family), and Sonakbi(The Sh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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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강미
소속 및 직함 북한대학원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44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91-137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북한소설   #교양   #일상   #근대성   #사회주의 리얼리즘   #프로파간다   #「개벽」   #「로동일가」   #「노동일가」   #「소낙비」   #새것   #수령   #토지개혁   #노동자   #새 세대   #최강미
조회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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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북의 초창기 소설 서사는 해방기 한반도의 특수한 정치사적 상황하에서 남북 정부 모두의 지향이던 ‘국토완정’의 맥락을 공유한다. 이 소설들에서 북은 과거(식민지 시기)의 청산 위에 세워지는 새로운 공간인 동시에 공산사회 유토피아를 한반도 전체에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서사는 등장인물과 독자들을 이곳에 전제된 일관된 질서 내에 편입시키고자 한다. 이 질서는 구조적으로 수령을 정점으로 한 위계구도가 기본이 되며 그 의미는 수령의 자리를 채우는 구체적 대상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각 서사의 주요 과제를 해결하는 근원적인 힘이 이 신뢰감과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이다. 즉, 이 신뢰감이 내면화되어야 과거에는 자연적으로 밀착되어 있지 않았던 것들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별해낼 수 있다. 이 명료한 이분법이 다분히 역사적이고 자의적인 결합에 기초하는 만큼, 이를 ‘대중들’에게 원초적인 결합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점에 대한 절대 신뢰라는 신화가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신뢰감의 내면화를 통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잘 구별해내고 이에 따라 취할 행동을 제대로 선택하는 (일차적으로) 인물(characters)은 서사 내 질서로 온전히 편입되며 서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내면화는 개개인의 일상이 기존에 익숙했던 개인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국가와 민족을 염두에 두는 거시적 관심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따라서 이들이 서사 질서 내에 성공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은 이 새 사회체제가 스스로를 작동시킬 수 있는 재생산 능력을 획득하는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사에서, 이전과 다른 ‘좋은’ 현재를 견인케 하는 직접적 전략은 교양이다. 여기서 교양은 용어의 동일한 외형을 매개로 식민지 시대 소설에서 근대적 개인의 발견이나 성장 같은 근대성의 화두와 연결되는 ‘교양’과의 내적 연속성도 지니지만, 그것이 사회적 토대와 관련되는 양상이나 갈등, 혹은 서사의 교양 내용이나 경로 등 세부적인 용례로 미루어 볼 때, 동일한 용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의 교양은 기본적으로 북의 일상적 용례에 근거한 것으로 어떤 의도하에 다른 사람을 지도하거나 행동이나 생각의 변화를 통해 ‘성장’시키고자 하는 맥락을 가리킨다. 그리고 서사 내 교양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세부는 그들의 과제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고 이를 낡은 것과 새것으로(혹은 중심과 주변으로) 위계화하는 근대성의 기본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드러낸다. 아울러 식민지 시대 ‘교양’과의 연속성은 북 초창기 소설에 나타나는 ‘교양’의 화두가 식민지 시기부터 고민되어 온 한반도의 근대성 문제와 연결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분석 대상인 세 소설은 이러한 전반적인 맥락을 드러내 주는데, 주요하게는 「開闢」(이기영, 1946)의 경우 기존의 윤리감각과 새것의 갈등 상황에서 새것이 명백히 좋은 것임을 교양하는 경로를 통해, 「로동일가」(이북명, 1947)는 노동자의 낯선 일상의 조합들을 이미 체화하고 있는 모범적 형상을 제시함으로써, 「소낙비」(천세봉, 1948)는 별도의 교양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생래화되어 있는 새 세대의 형상을 통해 새것 찬양의 절정에 이름으로써 근대성의 일반 요소들이 당시의 특수한 사적 맥락에서 실제 대중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서사들은 또한 이후 지속되는 교양의 화두에 대한 북 초창기 소설 서사의 초기 형태를 보여준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