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와 위만조선의 전쟁에서 한나라 원정군의 공략목표가 현 한반도 평양이었는지 여부는 역사 논쟁을 넘어 동북공정과 북한급변사태라는 논리구조 속에서 현대 안보문제로 직결된다. 본고는 왕험성재평양설을 제로베이스에 놓고 한나라 군사작전을 합동작전의 합리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여 왕험성 위치 비정의 논리적 근거를 군사학과 역사지리학의 융합적 접근법으로 도출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사기』 「조선열전」에 구체적으로 기술된 한나라 육군과 수군의 작전계획과 실행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결과 공격목표가 한반도 평양이었다고 보기에는 많은 논리적 모순이 존재하였다. 본고의 핵심 논거는 첫째, 한나라 수륙합동군의 전투서열을 분석할 때 주공 육군에 대한 조공 수군의 작전 동시성을 담보할 수 없는 육군의 원거리 기동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거리 원정 치고는 소규모인 병력 자체의 적합성은 물론이고, 왕험성을 한반도 평양으로 본다면 중국 하북성에서 평양까지 기동 루트가 매우 길다는 점에 보급지원상 심각한 논리적 문제가 수반된다. 또한 하북성과 평양 사이에 놓인 8개 강에서 존재해야 할 방어작전 혹은 충돌 기록이 사서에 한 건밖에 나타나지 않은 점 역시 왕험성재평양설의 모순점이다. 둘째, 현대에 해상화력지원을 받아도 상륙작전을 감행하기에 어려운 평양 대동강 하구를 고대에 상륙목표로 삼았다는 것은 합동상륙작전 교범의 상륙적합성에 배치되어 논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셋째, 기동로가 발해라는 기록과 겨울 혹한기를 포함한 야외 주둔 기간, 왕험성과 상륙 해안 간 거리 등 여러 모순점도 위만조선의 수도 왕험성이 한반도 평양에 있지 않았을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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