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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박태원의 월북 전후를 통해 본 냉전기 남북의 이순신 표상 연구

A Study about Admiral Lee Soon-sin in South and North Koreas during the Cold War through Park Tae-won's Works before and after Defection to Nor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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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지니
소속 및 직함 이화여자대학교
발행기관 상허학회
학술지 상허학보
권호사항 44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49-89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이순신   #박태원   #임진왜란   #동아시아   #냉전체제   #8.15 해방   #한국전쟁   #월북   #자주적 통일국가   #전지니
조회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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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박태원은 해방 직후부터 대략 15년 동안 모두 9차례에 걸쳐 이순신을 형상화했다. 해방 이후 이순신은 좌익과 우익, 남과 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독해 방식에 따라 애국심을 강조하는 이승만의 발화와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작업에 모두 동원될 수 있었으며, 작가 박태원이 반복적으로 이순신을 형상화하면서 월북 이후 북한체제에 비교적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여기에 있었다, 특히 박태원의 이순신-임진왜란 관련 저작은 해방과 건국, 전쟁을 거치면서 급변하는 남북의 공식담론과 조응하고 있는 동시에 두 체제하에서 작가가 생존하는, 글을 쓰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해방 이후 국난을 기록하고 그 교훈을 되새기는 작업은 일련의 정치적 행보를 통해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선결과제로 내세웠던 작가가 천착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기도 했다. 사료에 대한 의존은 이 같은 서술에 객관성, 실증성을 구비하기 위한 선행 과제로,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소환해 다양한 집단의 독자를 대상으로 자주적 독립,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남한에서 좌우익이 연합한 통일국가 수립의 열망을 공유했던 박태원이 이순신에 천착하여 반봉건, 반외세를 외쳤다면, 월북 이후에는 변화하는 사회상과 국제정세를 반영해 이순신-임진왜란 서사를 미묘하게 개작하기에 이른다. 염두에 둘 것은 냉전체제하의 남과 북이 임진왜란을 동아시아 국제전으로 확장하여 인식하는 가운데 이순신은 양측에서 동아시아를 방어한 위인으로 추앙받았다는 점이다. 이순신을 아시아의 영웅으로 배치하고 임진왜란을 반공주의 혹은 반제국주의 전선과 결부짓는 것은 냉전체제의 중심으로 올라서고자 했던 이승만과 김일성 체제의 일종의 담론투쟁이었으며, 박태원의 기나긴 행보 역시 이 같은 거시적 흐름 속에 놓여있었다. 여기서 경중은 있을지언정 월북 전후를 관통하여 이순신-임진왜란을 다루는 작가의 반복적 태도는 사료에 대한 충실함이었으며, 이는 동시대 같은 소재를 형상화한 다른 작가들과 박태원을 구분지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양한 사료에 매달리며 여러 해석을 적극적으로 인용한다는 것은 동시에 역사에 대한 명확한 관점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했고, 작가의 이순신 서사 역시 두 번의 전환을 거치면서 급변하는 남북한의 상황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하고 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정작 작가 자신의 관점은 축소되어 버렸다. 박태원의 이순신에 대한 궤적이 의미있는 동시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고, 그것은 어쩌면 전환기에 이순신을 형상화함으로써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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