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을 남북한 두 국가 사이의 관계 진전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의미 있고 인간적인 관계를 만드는 과정으로 정의한다면, 탈북자를 대하는 태도나 그들과 맺는 관계의 성격을 ‘미리 온 통일’이 맞닥뜨린 도전이자 시금석으로 삼을 수 있다. 이 논문은 탈북자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끈질기게 천착한 두 작품, 『로기완을 만났다』(2011년)와 「옥화」(2014년)를 상세히 읽으면서 거기에 그려진 ‘미리 온 통일’의 양상을 살펴본다. 전자는 탈북자 로기완을 난민으로 또 고통과 죄의식을 가진 인간으로 설정하고 그의 자취를 밟아가는 화자의 글쓰기 과정을 공감의 진정성을 위한 훈련으로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 로를 화자의 자기긍정의 매개로 환원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반면 후자에서 결함 있는 이웃/타자로서의 탈북자와 맺는 관계는 개별 됨됨이를 넘는 ‘비인격적’ 차원을 내포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상호주체성을 확보한다. 두 작품이 나타내는 차이는 탈북자와 맺는 관계의 밀도에서 비롯되며 여기에는 남북의 ‘특수관계’를 제대로 고려하는가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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