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90년대 민주화 이전, 한국 사회에서 이산가족 관련 인도주의담론이 반공주의와 접합함으로써 남한 정권이 북한 정권과 대비,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해온 과정을 분석한다. 필자는 이를 ‘인도주의 분단정치’라고 명명한다. 이때 ‘인도주의’는 중립적이고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는 추상적인 가치나 지향이 아닌, 항상 다른 담론과 접합되어 특정한 효과를 생산하는 일단의 담론과 실천의 집합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산가족 관련 담론이 집중적으로 생산된 세 영역 ― 남북대화, 미디어, 교과서 ― 을 살펴봄으로써 남한에서도 이산가족 이슈가 얼마나 정치적인 이슈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도주의 이슈로 프레임되었는지, 그리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동시에 이 글은 이산가족 이슈를구성하는 다양한 담론 간 접합 양상의 불완전성과 담론적 이종성을 드러냄으로써, 이후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 이슈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었음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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