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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1970년대 간첩/첩보 서사와 과잉 냉전의 문화적 감수성

1970s Spy Narratives and Cold War Aff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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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하나
소속 및 직함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발행기관 역사문제연구소
학술지 역사비평
권호사항 (11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372-411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냉전   #분단   #데탕트   #과잉냉전   #간첩서사   #첩보서사   #스파이   #여간첩   #전향간첩   #이중간첩   #반북오리엔탈리즘   #통속성   #이하나
조회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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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냉전과 분단이라는 조건 하에서 형성된 남한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감수성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에 목적이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세계사적 대탕트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에서 진행된 체제강화는 한반도 분단체제가 미소 ‘냉전의 축소판’이라기 보다는 남북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재생산한 ‘과잉된 냉전’이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성을 제기한다. 과잉 냉전은 전사회를 과도하게 경직시켜 ‘적의 색출’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유발한 지나친 통제와 규율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의도하지 않는 감성을 유발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1960년대말에서 1970년대까지 실화와 체험담을 기반으로 한 논픽션으로서의 간첩/첩보서사는 비단 분단 현실에서 비롯된 간첩뿐만 아니라 1,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시기를 통해 국제적 활약을 한 스파이들까지 아우르면서 생산, 유통되었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에 가장 빈번히 등장한 것은 여간첩, 전향간첩, 이중간첩에 대한 서사였다. 이들 서사는 역사주의, 체험자의 명시, 젠더화 전략 등에 의해 구조화되고 극화되었는데, 특히 에로티시즘과 엑조티시즘을 기반으로 연민과 애증을 동시에 함유하는 반북오리엔탈리즘이 엿보인다. 이러한 서사전략은 냉전시기 구미의 간첩/첩보서사와 일정정도 성격을 공유하면서도 그것에 비해 ‘적’과의 직접 접촉에서 오는 매혹과 두려움을 더 많이 표출한다. 따라서 간첩/첩보서사는 단지 배제의 서사인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혐오와 연민, 매혹과 불안이 공존하는 복잡미묘한 감수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중적 서사이다. 1970년대 간첩/첩보서사는 당시 각종 미디어를 풍미했던 통속성을 대중과의 접점으로 삼아 ‘정통성 경쟁에서 승리한 대한민국’이 ‘가련한 동포들이 신음하고 있는 북한’을 표상하는 간첩에 연민과 애증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과잉냉전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북한과 공산주의의 탓으로 돌리는 극단적인 반공주의와 남북대결 의식을 낳았지만 그 저변에는 매혹과 불안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간첩/첩보서사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