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 중 인민재판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것으로 황순원의 장편소설 ≪카인의 後裔≫(1954), 장용학의 단편소설 <요한詩集>(1955), 조정래의 대하소설 ≪太白山脈≫(1986)이 있다. 세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인민재판’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았다. 그런 연후에 세작가의 인식 차이를 살펴봄으로써 인민재판의 실제적인 효과, 그리고 작가의 폭력 이해에 대해 고찰하였다. 북한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월남한 황순원은 북한에서 행해진 인민재판이 지주들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사용되었음을 ≪ 카인의 後裔≫를 통해 보여주었다. 북한에서의 인민재판 광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는 보이는 폭력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폭력도 무서운 것임을알려주었다. 장용학은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담은 수기를 보고 소설을 착상, <요한詩集>을 썼다. 공산포로가 반공포로를 인민재판을 통해 죽이고그 시체를 잘라 똥통 속에 빠뜨린 것을 보고 주인공 누혜는 고통을 못 이겨 자살의 길을 택한다. 동족을 인민재판을 통해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는행위는 아무리 그 이념이 좋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생각을 장용학은 한 것이기에 누혜를 자살로 이끌었던 것이다. 공산포로를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르게 한 살로메에 빗댄 것은 폭력이 잘못된 것이라는 작가의식의 소산이었다. 조정래는 ≪太白山脈≫에서 인민재판이 폭력에 대한 폭력적 반응이었다는 점에서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미군정이 실시된 이후 남한에서는 남로당이 불법화되어 지하로 숨어든다. 그래서 빨치산 투쟁에 나서게 되는데, 조정래는 그 책임이 미국과 이승만 정부에게 있다고 보았다. 남로당에대한 탄압에 맞선 자구책과도 같았던 인민재판을 ‘방어적 폭력’ 내지는 ‘상대적 폭력’이었다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인민재판’이라는 폭력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작품의 주제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연구하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