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김일성종합대학 주체사상 교과서는 기존의 『주체사상 총서』와는 다른 체계와 개념으로 서술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를 암시하는데, 하나는 주체사상의 논리적 변화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의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이후 주체사상을 ‘과학적 진리’의 최정상에 놓고자 한 정치적 기획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의 개념과 체계 변화는 맑스주의와의 결별인 동시에 내부 논쟁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소련 및 동유럽 해체 이후, 주체사상만이 ‘참다운 과학’임을 주장하고 이를 가장 보편적인 과학의 진리에 놓고자 한 것이었다. 즉, 주체사상의 순수 이데올로기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사상의 순수 이데올로기화에 덧붙여 현실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실천의 지침’을 새롭게 정립하였는데, 김정일 시대의 선군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순수 이데올로기와 실천 이데올로기의 구분을 통해서 북한 주체사상의 변용을 살펴보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비록 주체사상의 정당화 기능을 전제로 하겠지만, 북한의 사상적 지형이 불변이 아니라 개혁․개방에 요구되는 새로운 실천의 지침을 제시하고 사상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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