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김하기의 중편 <미귀(未歸)>와 조정래의 장편 <인간 연습>에 나타난 ‘좌익 장기수’의 감옥서사를 비교한 것이다. 2000년 ‘6. 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 북한 사회와 한국 사회에서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가 화제가 되었다. 북한에서는 이 시기에 ‘비전향 장기수 주제 소설’이라 하여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감옥서사가 집중적으로 창작된다. 한국 문단에서는 김하기의 『완전한 만남』이 출간되면서 대중에게 ‘비전향 장기수’들의 실상이 알려진다. 감옥서사는 분단체제의 희생양을 다룬 ‘비전향 장기수’ 외에도 ‘전향 장기수’를 들 수 있다. 본고에서는 감옥 안팎에서 분단체제에 따른 감금의 정치가 ‘좌익 장기수’에게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살펴보았다. 반공주의에 따른 규율 권력은 정치범이 수용된 감옥에서는 반공주의에 따른 규율 권력이 강압적으로 행해졌다. 전근대적인 신체형 처벌에 해당되는 고문과 성폭행이 행해졌으며 이로 인해 사망과 자살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한국사회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죽음 이외에 감옥을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전향이 있다. <미귀(未歸)>의 김길만이 고문과 성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강제된 전향을 하였다면 <인간 연습>의 윤혁은 고문에 따른 후유증인 어지럼증이 심해지자 전향을 한다. 감옥 안에서 행해진 신체를 감시하는 ‘일망 감시장치’인 판옵티콘은 감옥 밖에서는 보호관찰이라는 규범에 따라 행해지면서 신체와 사상을 통제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김하기와 조정래의 소설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서사라 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서 추진된 전향공작은 강제성을 띤 것이었기에 감옥 밖에서도 사상과 신체를 감시할 수밖에 없었다. <미귀(未歸)>의 김길만은 강제로 전향하였지만 그가 처음부터 ‘조국통일’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출신성분에 따른 결함을 남파공작을 통해 보완하고 인정받기 위해 월남한 것이다. 그가 전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적으로 전향을 거부하는 이유는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사회주의 환상 때문이다. 반면 <인간 연습>의 윤혁은 타의에 의해 강제로 전향하였지만 심적으로 전향자로 볼 수 있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 북한, 베트남이 붕괴되거나 몰락하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사회주의에 대해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향 장기수 윤혁은 자기 성찰을 통하여 사회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념이 아닌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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