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일본 잔재 청산과 민족국가 건설의 과제 해결을 위한 문학적 노력은 남과 북에서 각각 승리한 정치세력의 지도 아래로 봉합되어 버렸다. 해방 직후 북은 민주주의민족문학 건설을 위한 ‘민주기지론’을 주창하였고 1947년 2월에는 정식 인민위원회를 발족하고 같은 해 3월에는 문학 창작 방법론으로서 ‘고상한 리얼리즘’을 발표 한다. 영웅적이고 긍정적 인물을 본받아 배우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창작방법은 혁명적 낭만주의에 가까워서 북한 문학의 도식주의적 경향을 드러낸다. 현경준의 「불사조」는 해방 직후 일련의 북한의 문예정책을 따르고 있는 소설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설 속 영웅적 인물이 유치장 안의 다른 유치인들과 융합되면서 주체적 권력체로서의 ‘인민’으로 환원되는 모습에서는 개인의 존재보다는 공동체성이 두드러진다. 또, 유치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사상적 동지애에 혼융된 형제애, 항일의 투쟁 의지와 견줄 만 한, 농부로서 갖는 농사일에 대한 애정과 갈증은 해방기 남과 북의 민족주의 담론에서 벗어나 원시적이고 전통적인 민족 정서를 환기하며 남과 북으로 양분되었던 해방기 민족 담론에서 비켜 서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