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남한・북한・재중조선족 혼례의 현대적 양상을 비교하여 전통적 혼례로부터 공통적으로 계승되는 절차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통해 코리언들이 혼례에서 놓치지 않는 본질적인 절차와 의미를 추출하여 문화 통합의 장치로 활용하고자 한다. 생애의례는 민족의 고유한 전통과 의식이 투영되어 격식으로 진행되므로 민족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고, 이러한 정체성의 공유는 분단을 넘어 통합으로 가는 하나의 방편일 수 있다. 특히 생애의례 가운데 가장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혼례 절차와 의미에 대한 통합 모델은 문화 통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각 지역 혼례의 현재적 양상을 비교해 보면, 남한은 서구지향과 상업주의 논리에 따라 변화한 예식 절차로 혼인식의 진정한 의미를 놓쳐버린 측면이 강하며, 북한은 경제적인 여건과 사회주의 생활방식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간소화된 절차만을 유지하고 있다. 재중조선족의 경우는 역사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복잡다단하게 절차는 마련되어 있으나 그 유래가 불분명한 번다한 혼합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혼인예식 전 절차인 혼담, 납채, 납기, 납폐의 절차는 축소 통합되기는 하였지만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표면화된 혼인예식의 절차는 통합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민족은 혼인예식을 진행하면서 신랑 신부가 하객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을 혼인잔치의 기본형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큰상문화인 것이다. 큰상문화는 현재 북한이나 재중 조선족의 혼례에서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남한은 신식결혼식이 보편화되면서 큰상문화는 사라져 버렸다. 현대적인 생활방식의 변화에 적용하여 큰상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재중조선족의 혼인식이다. 이들의 혼인식에서 중첩되거나 불필요한 항목을 제거한다면 코리언 혼례문화의 통합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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