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기존의 채록된 주민구술본(2007)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가능성과 문화콘텐츠적 성격을 고찰한 것이다. 전북대학교 20세기민중생활사 연구단에서는2007년부터 화호리의 식민농촌 경관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던바, 필자들은주민구술본을 토대로, 식민지 시대에 대응한 다양한 삶의 전형을 검토하면서, 문학적 접근방식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고찰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화호리의 시대적 의미와 문화콘텐츠적 가치를 드러내주고 있는 세 계열의 이야기 전형혹은 삶의 형태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계열은 일본인과 조선인 부모결합에서 태어난 안씨와 반씨 일가 이야기이며, 둘째는 순수 조선인인 조O욱과 이O우·김O규·김O석, 나머지는 김철수(1893- 1999)이야기다. 첫째 계열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인·조선인 혼혈가족의 일대기인바, 혈통에 따른 식민체험 내지 반응의 형태를 반영한다. 두 번째는 순수 조선인가족이야기로서, 조선인 순수 계열인 조O욱과 이O우 등이 일제 식민지라는 시대적상황을 대처해나가는 다양한 전형을 보여준다. 셋째, 지운遲耘 김철수의 가족사적형태에 주목하였다. 일본유학과 함께 근현대사의 사회주의 사상의 산 증인이자, 남과 북에 치우치지 않은 사상가였던 김철수 가계의 삶과 귀향은, 화호리가 수동적으로 식민지배에 순응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자 우리 근 현대의 형태를대변하는 전형이다. 화호리의 삶이 가진 대립과 갈등, 그리고 해결의 지평은, 전통과 근대, 미신과과학, 근대교육과 서당, 신작로와 지평선, 남한과 북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등 다양한 형태의 대립적 화소로 응축되어 있었다. 화호리 이야기의 이러한 이항대립적구도는 비단 화호리만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근현대사를 보여주는역동적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본고에서 객관적 자료로정리된 화호리 주민구술본에 주목하여 스토리텔링의 자료로서 분석하여 문화콘텐츠적 의의를 고찰한 이유이기도 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