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고고학을 바라보는 한국고고학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남한의 선사시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 지역의 고고자료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북한고고학의 연구 결과물에 대한 불신에서 단편적인 자료 인용만이 있을 뿐이다. 한국고고학이 북한고고학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입장은 학사적인 검토로 북한고고학이 어떠한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북한선사고고학의 흐름을 학사적으로 정리하고 북한선사고고학의 패러다임을 검토하였다. 우선 북한고고학의 연구 기관 및 간행물의 현황을 정리하고, 북한선사고고학의 연구 흐름을 6기로 구분하였다. 각 시기의 구분은 정치적인 사건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이는 북한고고학의 특성상 지속된 연구 결과의 누적으로 연구 경향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입장의 변화가 고고학의 학문적 영역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북한선사고고학은 학문적 성격을 정립하는 시기를 거쳐 ‘과학’으로서의 고고학, ‘도구’로서의 고고학, ‘계몽’의 고고학, ‘선전’의 고고학으로 그 성격이 점차 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성격의 변화는 누적된 연구 결과에 의해 고고학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 아니라 주체사관의 틀에 한반도의 과거를 끼워 맞추고자 하는 시도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주체사관의 내용은 결국 민족의 우수성과 단일성을 증명, 강조하고자 하는 민족주의로, 지금의 북한선사고고학은 민족주의의 패러다임 아래에 있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고고학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경향은 통일 후 한반도의 과거를 규명하는데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지금 북한고고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 이해하는 작업은 그러한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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