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93년 이후 북한 역사교과서의 고조선 서술과 그 배경을 살펴본 것이다. 1993년 단군릉 발견 이후 북한학계에서는 단군의 실재를 전제로 고조선사를 연구하였는데, 이는 역사교과서 서술에도 반영되었다. 각종 신화와 전설에 기초해 단군의 생애와 활동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였고, 이른바 재야서사를 통해 3천년의 왕조사 체계를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북한의 역사교과서 서술은 1970년대 이후 민족주의가 강화된 추이 속에서 이해된다. 다만 단군릉 발견 이후부터는 단일혈통이 한층 강조된 점이 특징적이다. 단일혈통의 민족은 심지어 인류의 기원으로까지 소급되었다. 이때 단군은 초역사적 민족을 역사적 실재로 전환시키는 매개고리였다. 이와 같은 북한의 고조선사 연구와 교육은 김일성・김정일의 영도에 의한 것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위기 속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성이 강하였다. 나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에서는 ‘김일성민족’을 내세워 민족과 국가를 일치시키고, 그 중심에 지도자를 두었는데, 단군릉은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따라서 최근 단군에 대한 강조는 ‘김일성민족’을 위한 것으로, 민족주의를 독점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이었다고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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