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해방후서정시선집』(1979)을 중심으로 북한의 문학 정전이 어떻게 1970년대 의식으로 재구성되는지 고찰하였다. 애국주의 주제, 사회주의건설 주제, 조국해방전쟁 주제, 조국통일 주제보다 김일성과 가계 형상 및 혁명전통 주제를 우선 배치하는 방식은 ‘유일사상체계’를 염두에 둔 것이다. 1970년대 작품이 대거 수록된 것은 선집 출간 당시의 시대정신과 동시성을 지닌다. 이는 정치적 움직임이 문학에서 실천되는 양상이면서, 정치․이념적 논리가 문학성에 우선하는 배치방식이었다. 선집은 주체문예이론과 주체문학예술의 과도기형을 보여주었다. 문학사와 평가의 차이를 보여주는 선집 수록 작품과 작가들은 정전형성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1960년대까지는 대개 합의를 보여주지만, 1970년대 작품들은 대개 문학사 평가에서 누락되기 때문이다. 이는 갈등과 논쟁이 북한 문학장에 존재하는 양상이면서, 문학사와 선집의 아비투스 투쟁으로 볼 수 있다. 종합해 보자면, 1970년대 의식으로 재배치된 선집은 북한이 독자적인 문학예술 지평을 확립하려는 의도를 실천하는 행위 중 하나였다. 역사적 단계를 대표하는 서정시를 종합하고 정리했다는 측면에서 정전의 성격을 함유하고 있으며, 주체문학의 전형으로 생산되고 소비될 준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선집은 편찬자의 관심과 이해가 반영되어 있지만, 출판과정은 텍스트 외부의 요건들과 삼투함으로써 당대의 문학장과 정치․이념적 환경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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