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은 이 전쟁이 남한의 선제 ‘북침’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전쟁을 소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선언했다. 기존 연구들은 한국전쟁이 소련과 중국의 동의 하에 북한의 남침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왜 북한이 ‘북침’ 시나리오를 조작해야만 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역사적 사실과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북침 시나리오는 당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던 반전평화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었다. 이 반전평화운동은 냉전 초기 소련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서, 당대 사회주의진영의 결속과 확장에 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었다. 둘째, 북침 시나리오는 유럽지역의 ‘반전평화’ 캠페인과 동아시아지역의 ‘전쟁’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했던 스탈린의 고육지책이었다. 셋째, 1948~50년 소련발 반전평화론을 대대적으로 수용했던 북한 또한 민중들을 전쟁으로 동원하기 위해 남한의 북침을 조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1950년 북한지도부로서는 전쟁준비와 전국적 평화운동의 전개라는 커다란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여, 전쟁과 평화라는 모순적 괴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전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필수불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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