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백석이 1956년 『아동문학』 12월호에 발표한 「1956년도 아동문학에 발표된 신인 및 써클 작품들에 대하여-운문」을 찾아 소개하고 뜻을 따진 것이다. 그가 발표한 유일한 실천비평이라 할 수 있는 이 글에서 백석은 그 무렵 북한의 주류 어린이 문학사회에 대해 가진 비판적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상 작품을 두고 장점을 짚거나, 장단점을 짚거나, 빼버리는 세 방식으로 다루었다. 첫째, 장점을 짚은 시를 빌려 백석은 그 타자인 교양성을 노출시킨 시, 허식에 찬 작품을 꼬집었다. 둘째, 장단점을 짚은 자리에서 백석은 시의 주제․동기․표현․태도․시어에 이르기까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경향을 따졌다. 그리하여 둘레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더 넓은 자연, 우주까지 걸치는 깊은 감흥을 맑은 시어로 표현할 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백석은 감흥이 모자라거나 정치성을 노출하는 틀에 박힌 작품은 평에서 뺐다. 연간평에서 드러낸 백석의 생각은 자칫 부르주아 개인주의에 닿아 있다는 의문을 살 만했다. 그 결과가 1957년에 맞닥뜨린 이론 투쟁이었다. 1959년 함경남도로 현지 파견을 떠났던 그를 평양 문학사회가 끝내 불러올리지 않았던 일이야말로 백석의 흔들리지 않은 개성과 재능을 거꾸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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