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의 단편소설 「불타는 섬」은 북조선의 대표적인 정전임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는 1952년 원본이 아니라 후대 판본인 1953년 판본이나 1978년 판본이 소개되었다. 이런 사실에서 새롭게 발견한 1952년 판본을 포함한 2012년까지의 판본에 대한 기초적인 정리와 개작 사항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이 작품은 1952년 1월 『로동신문』에 발표한 후 여러 번의 개작이 이루어지면서 2012년 4월 ‘현대조선문학선집(60)’ 단편소설집 『불타는 섬』에 재수록되는데, 이들 판본은 1952년 판본, 1955년 판본, 1976년 판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950년대 중반 판본에서는 이전 판본의 여러 부분을 수정하는데, 여러 장면들의 묘사를 구체화하는 한편 애정 문제를 축소하고 동지애를 중심으로 한 영웅주의 또는 대중적 영웅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작된다. 그런 반면 유일사상체계가 성립된 후 1970년대 이후 판본은 남한이나 외국의 흔적을 지우면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마련해주신 조국’과 같은 표현을 추가하여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조선 중심의 역사를 창출한다. 즉, 이 작품은 영웅주의 또는 대중적 영웅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1950년대 판본의 개작이 이루어진 반면, 유일사상체계가 성립된 후 판본에는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조선 중심의 역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된다. 따라서 이런 개작 문제는 북조선 체제가 문학에 요구했던 사항을 점검할 수 있는데, 황건의 「불타는 섬」은 1950년대 중반 영웅주의나 대중적 영웅주의를 강조했다는 것을 말해주며, 유일사상체계가 구축된 후엔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조선 중심의 역사를 강화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개작에서 보듯, ‘문학’에서 ‘역사’에 강조점을 찍음으로써 북조선 문학은 ‘창조품’이 아니라 ‘기성품’이 된다. 그래서 해방기에서부터 진행된 이런 현상은 북조선 문학이 동일한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듯한, 즉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처럼 느끼게 하는 한 원인이 된다. 이는 북조선 중심의 역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극단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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