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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재일동포문학의 남북갈등과 화해 -이회성, 양석일의 소설 다시 읽기

Ideological Conflict & Conciliation inKorean-Japanese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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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성면
소속 및 직함 인하대학교
발행기관 한국문학연구학회
학술지 현대문학의 연구
권호사항 (5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471-502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재일동포   #재일동포문학   #남북갈등   #화해   #양석일   #이회성   #아쿠다가와상   #탈경계적 공간   #사이   #조성면
조회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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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재일동포문학의 남북갈등 문제를 다루고 있는 주요 연구들은 대체로 재일동포문학을 분단체제의 반영물로 보거나 남북관계의 은유로 읽으려는 목적론적 읽기에 결박돼 있다. 이는 유사성을 등가성으로 치환하는 오류이다. 본고에서는 이 같은 연역적인 읽기 방식에서 벗어나 양석일․이회성 등 재일동포문학의 남북갈등과 화해의 양상을 있는 그대로 읽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재일동포문학에 나타난 남북갈등이 단순한 재현적 갈등이 아니라 삶의 문제이며 분단체제에 대해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에 서있다. 제67회 아쿠다가와상(1972) 수상자로 널리 알려진 이회성의 중편소설 「죽은 자가 남긴 것」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둘러싸고 조총련의 일원인 주인공 나(동식)와 민단 회원인 큰형 태식과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장이었으나 평소 민단과 조총련을 따지지 않는 폭넓은 인간관계로 인해 민단과 조총련이 합동으로 공동장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부장적이고 배움이 없었던 아버지가 자식과 동포들에게 남겨준 것은 이념을 떠난 인간적인 교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화해라는 유산이었다. 양석일의 「제사」는 주인공이자 관찰자인 ‘나’가 육촌형의 안내로 친척 아저씨의 제사에 참석했다가 민단 계열의 친척과 조총련 계열의 친척이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대립을 보다 못한 친척 박씨가 자신은 남한도 북조선도 모두 싫다며 일상생활은 물론 가족 간의 관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단체제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아울러 남북갈등은 칼로 물배기 같은 부부싸움 같은 것이며, 이 같은 남북대립을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묘사하고 있다. 1994년 발표된 양석일의 장편소설 『밤을 걸고』는 모두 2부 13장으로 구성된 피카레스크소설이다. 작품의 주요 내용은 오사카병기제조창에서 고철을 캐서 먹고사는 재일동포들의 고달프고 신산한, 그리고 이를 묵묵히 견뎌내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스로 아파치라 칭하며 고철을 캐내 먹고살던 이들은 불법행위를 제지하려는 일본경찰과 대치하다 체포, 투옥되기도 한다. 그로부터 35년 뒤 공원으로 변한 병기제조창에서 원 코리아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주인공 장유진과 김의부가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들을 통해서 양석일은 일본은 남북한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디아스포라의 입장에서 남과 북의 대립은 물론 남북 정부를 대리해서 자신들의 삶과 생활에 간섭하는 민단과 조총련 모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남북갈등과 화해를 그린 재일동포문학은 이념이나 국가주의가 개입할 수 없거나 이와 관련 없는 페스티벌․장례식․제사 같은 틈새 곧 사이에 주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사이’는 한 공간과 다른 공간, 시간과 시간,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매개적 틈새로 부재 혹은 단절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연결의 공간이며, 가능성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양석일과 이회성의 작품에서 다뤄진 페스티벌․장례식․제사는 정치나 이념과는 무관한-또는 관련이 미미한 중립지대로 남북갈등의 실상을 드러내는 동시에 양자 간의 소통과 화해를 모색하기 위한 탈경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회성과 양석일의 작품은 지금 단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념과 체제의 틈새-곧 이념과 체제가 간섭하기 어려운 ‘사이’의 공간을 찾아내고 확장하여 민족갈등을 완화할 완충지대의 크기를 더욱 키워나가는 일임을 보여준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