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북한의 경제위기는 시장의 탄생을 결과하였고, 오늘날 ‘시장 없는 북한’을 상상하기 어렵게 했다. 북한에서 시장의 탄생과 발전은 그동안 국가에 의해 포섭되었던 ‘사회’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물론, 북한에서의 사회의 활성화와 서구에서의 ‘시민사회’를 등치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의 ‘제2사회’ 개념을 통해서 바라보면, 시민사회적 맹아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국가-사회관계는 강한 국가와 미발전의 사회로 규정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와 비교하면, 빈사상태의 사회 혹은 근절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의 역사적 경험은 국가의 능력이 강한 상황에서 사회가 국가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의 능력이 약화된 바로 그 지점에서 사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몇 가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강한 국가’를 더욱 강하게 할지, 아니면 강한 국가에 대항하여 ‘사회’가 병립할 수 있는 체제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두 개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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