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북한미학의 미적범주론을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미학과 북한문예의 상관성을 관찰한다. 북한미학(또는 이른바 주체미학)이 내세우는 미적범주론의 특성은 대략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미학은 미적범주를 “사람의 자주적 요구와 지향”이라는 기준과의 일치 여부에 따라 긍정범주(아름다운 것, 숭고한 것, 영웅적인 것, 비극적인 것)와 부정범주(추한 것, 저속한 것, 희극적인 것)로 나눈다. 다음으로 긍정범주는 “사람들의 자주적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으며 또 그 요구의 어느 측면을 주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따라 아름다운 것, 숭고한 것, 영웅적인 것으로 구분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행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영웅적인 것을 독자적인 미적범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북한미학의 큰 특징이다. 이러한 미적범주론은 소비에트 미학의 가치론적 관점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수용, 변화시킨 것이다. 둘째, 북한미학의 미적범주론은 생리적, 감각적인 것들이 대부분 배제된 의식적-사상미학적 수준에서 구성된다. 즉 감각적 快, 공포, 생리적 죽음, 생리적 웃음은 간과되거나 무시되고 대신 사상의식발전에 기여하는 것, 착취계급에 대한 분노, 낡고 반동적인 것에 대한 조소 같은 것들이 미적범주론의 핵심을 구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미학의 미적범주론은 감각보다는 이데올로기-도덕(윤리)를 내세우는 엄숙하고 금욕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둘째와 같은 이유에서 북한의 문예에는 감각에 직접 호소하는 예술 장르나 형식이 발전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감각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詩, 공포영화, 슬랩스틱처럼 웃음자체를 겨냥하는 희극을 북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애국심에 호소하는 진지한 비극, 풍자극, 경희극 같은 것들이 북한문예의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것은 미적담론이 체제의 이데올로기적 요구에 따라 형식/장르의 구성/배치에 관여한 매우 독특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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