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는 냉전분단체제와 더불어 형성되어온 ‘구조적 파시즘’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 국가주의가 정권 창출과정의 정통성의 위기에 직면하여 고개를 든 것이고, 이것은 낮은 수준의 파시즘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 보수언론과 검찰이 주도했던 일시적인 반공·반북 히스테리가 이제 집권이라는 유리한 조건에 힘입어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권이 정권의 위기를 빌미로 긴급조치, 계엄령 등을 선포하거나 비상 입법을 시도하지 않는 점, 사법부 특히 개별 법관의 판결이 권력자의 입김 아래에 있지는 않으며, 비판적 언론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과거 유신체제나 통상적 의미의 파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는 부분적으로는 박정희식 권위주의의 향수가 부활한 것이며, 신자유주의의 양극화, 오늘의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대중적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경제적 차원의 파국적인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항 정치세력의 대응 여하에 따라 역전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 북미 수교, 남북한 평화체제의 수립 등의 조건이 마련되면 북한의 전체주의적 지배체제도 재편을 요구받게 되겠지만, 남한의 반공주의 즉 구조적 파시즘의 기반도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형성된 시민사회가 이러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가주의의 시도에 반발하면서 재조직화될 경우 현재의 ‘낮은 수준의 파시즘’ 현상은 물론 구조적 파시즘도 밑으로부터 허물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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