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회에서 북한 이주민의 정체성은 냉전정치의 양상에 따라 계속 진화하였다. 국가적 차원에서 그들은 냉전의 ‘영웅’이자 ‘희생자’로서 특별한 지원을 받았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빈곤한 적국 출신의 ‘망명자’ 또는 ‘난민’으로서 동정과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규정된 수동적 이미지와 달리 그들은 분단체제의 엄중한 경계를 넘어서 사람, 돈, 정보를 주고받는 ‘침투성 초국가 전략’의 적극적 주체이자 행위자이다. 즉, 은밀하게 형성된 초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분단체제의 정치적 장벽을 뚫고 불법적 송금과 연쇄이주를 일상화한 것이다. 이들의 초국적 이동은 분단국가간의 정치적 경계만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인권체제의 논리를 이용해서 일단 정착했던 남한을 넘어서 다양한 국가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논문은 냉전정치의 논리를 간파한 이들의 ‘침투성 초국가주의’가 분단체제에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분단국가 내부의 사회적 변환을 유도하고 있는지 아울러 검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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