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직후 북한의 재북일본인 정책과 조선인들의 일본인관은 한국현대사의 전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테마이다. 일제 식민권력이 붕괴되면서 조선인들이 제 기관들을 접수하고 일본인 고위관리들을 체포·처벌하는 과정은 조선총독부 권력으로부터 조선인 자치기구인 인민위원회로 이어지는 권력의 이양과정이 어떤 양상을 띠었는가를 선명히 드러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상당히 단절적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국가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던 북한지도부가 일제의 기관과 전문 인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점은 어느 면에서 양자가 연속성을 띠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일본인들을 향해 분출된 조선인들의 반일감정을 분석하고 있는 이 연구는 일제시기에 형성된 민족주의가 해방을 계기로 표면화되는 과정이 현대 남북한 각각의 국민과 인민의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엿볼 수 있는 효과적 통로를 제시한다. 학문적 차원을 넘어 재북일본인문제는 현실 외교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문제가 거론될 때 일본이 협상의 범주에 포괄할 수 있는 의제가 과거 북한의 일본인 억류와 사유재산권 박탈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둘러싼 한국인들과 일본인들 간의 관점 차이는 양국 간의 역사적 갈등이 학문영역에까지 날카롭게 연장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필자는 해방직후 한반도에 잔류하고 있던 일본인들을 향해 분출된 조선인들의 반일감정과 그 기저에 놓인 민족주의가 모든 면에서 정당했다고 변론할 생각은 없다. 사실 당대의 식견있는 조선인들조차 일본인 학대로까지 발전한 반일행위의 이면에 복수심이 도사리고 있었으며, 그것이 “민족 배외주의”의 징후에 다름 아니라고 진단했을 정도였다. 이 연구는 그러한 반성을 겸허히 수용하고 있지만, 일본측이 집착하고 있는 부당한 문제제기들의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과연 일본측의 주장대로 해방 후 일본인기술자들은 북한에 강제 억류되었던 것일까? 또한 일본인들의 사유재산이 불법적으로 북한측에 몰수되었다는 점만이 진실의 전부일까? 이 두 가지 민감한 문제들은 북한당국과 재북일본인 양자 간 문제라기보다 소련측까지 얽힌 매우 복잡한 문제였다. 이 연구는 그러한 3자 간 이해관계를 상세히 규명함으로써, 일본측의 논리가 이미 사실관계에 오류를 내재하고 있음을 밝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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