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동안 학계에서 거의 해명되지 못했던 송진우를 중심으로 한 한민당 주도세력의 1945년 말 정계개편운동의 배경과 양상, 특징과 성격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미군정 초기 정치 대립과 갈등 구조의 중층성을 해명하는 연구이다. 이승만과 임정세력이 모두 귀국한 1945년 말 시점에서 미군정, 이승만, 임정, 한민당 주도세력, 조선공산당을 비롯한 좌익 세력들이 어떠한 대립과 갈등 구조를 중층적으로 맺고 있었는가를 살펴보았다. 한민당 주도세력은 1945년 12월 들어 민족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면서 남한 신국가 건설을 위한 정계개편운동을 광범하게 전개하였다. 이러한 운동이 제기된 직접적 배경은 미국무부 빈센트 극동국장의 한반도 신탁통치 발언으로 드러난 미 국무부의 한반도 신탁통치 방침에 대한 우려였다. 그리고 소련 점령하의 북한 정세도 영향을 미쳤다. 한민당 주도세력은 임정 요인들이 귀국하자 본격적인 연대에 나섰다. 당면 과도정부의 역할을 임정이 전담할 것을 주장하면서 막대한 정치 자금을 임정에게 지원하였다. 이러한 한민당 주도세력의 활동은 임정 주도세력과 긴밀히 연계되어 추진되었다. 이와 함께 한민당 주도세력은 민족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친일파․민족반역자 청산 문제에 대해 구체적 규정을 제기하였다. 또한 민족통일을 위해 좌익세력의 ‘진보적 민주주의 주장’중 일부를 수용한 사회경제정책을 주장하였는데, 이에 따라 당면 민족국가 건설의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좌우익의 차이는 사실상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들의 주장은 조선공산당 세력을 여타 좌익세력 및 중간세력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약화시키려는 헤게모니 투쟁적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한민당 주도세력의 정계 개편 구상은 국민대회준비회의 1946년 1월 10일 ‘국민대회’ 개최 주장으로 집약되어 나타났다. 그렇지만 송진우의 암살과 함께 무산되게 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