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의 예술영화 <복무의 길>(2001)을 통해 선군시대 북한의 여성과 가족 이데올로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북한당국과 영화평단에서 높이 평가받은 영화이자 선군시대 군사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총대가정’에 끼지 못했다고 소외감을 느끼는 경심이라는 젊은 여성이 군에 입대하여 참다운 ‘복무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이 주로 플래시백이라는 영화 서사적 장치를 통해 그려진다. 첫 번째 플래시백은 경심 자신의 것인데 반해, 두 번째, 세 번째 플래시백은 아버지와 군 정치위원 등 남성 화자의 것이다. <복무의 길>은 여성인 경심을 미숙하고 채 완성되지 않은 화자로 설정하고, 두 남성 화자에게는 경심과 같은 여성 캐릭터와 관객이 경청해야 할 권위를 부여한다. 또한 두 남성 화자가 칭송하고 영웅시하는 인물들 모두 남성들이다. 경심은 이러한 남성들의 가르침과 시혜 속에서 참다운 ‘선군여성’, 나아가 ‘선군의 어머니가’가 될 것임이 암시된다. 본 연구는 이렇게 북한영화가 여성과 가족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호명하는 방식을 구체적이고 면밀한 텍스트 분석(textual analysis)을 통해 설명하고, 여기에 더해 영화의 이데올로기적 봉합이 가리고 은폐하고 있는 현실 사회의 갈라진 틈을 징후적 독해(symptomatic reading)를 통해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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